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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4일 오전 09:36

김삿갓1 2013. 3. 4. 09:37

내삿갓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시인은 '병연'이란 이름을 스스로 숨기고 잊어 버렸다.
그리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그가 읊은 자신의 '삿갓'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

자기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스스로 탄식하다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고향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自嘆 자탄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차호천지간남아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평수삼천리랑적 금서사십년허사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청운난력치비원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夢起坐 三更越鳥聲南枝 경파환향몽기좌 삼경월조성남지

월조(越鳥)는 남쪽 지방의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대나무 시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竹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 이 차, 竹 대나무 죽 : 이대로
彼 저 피, 竹 : 저대로
化 화할 화(되다), 去 갈 거, 竹 : 되어 가는 대로
風 바람 풍, 打 칠 타, 竹 : 바람치는 대로
浪 물결 랑, 打 竹 : 물결치는 대로